기후가 변하고 있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언제부터였을까.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초여름 같은 날씨가 찾아오고, 여름은 몇 달씩 이어지다 지치지도 않은 듯 10월까지 더위를 끌고 간다. 겨울은 짧고, 눈다운 눈을 보기 어려운 해가 많아졌다. 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기후는 실질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와 일상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전환이다.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 한반도는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여 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약 1.8도 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 상승 폭인 1.1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30년간의 상승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가팔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폭염 일수는 3~4배 가까이 증가했고, 여름철 쓰리노는 수십 일에 달하는 해도 있다. 2018년에는 강릉에서 41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그해 여름, ‘한국도 이렇게 더울 수 있구나’라는 체감이 처음으로 사회 전반에 퍼졌고, 이후 매해 여름은 기록을 갱신하듯 더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기온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여름철 장마가 평균적으로 3주 이상 이어졌고, 비는 비교적 균등하게 내렸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장마는 짧아졌고, 대신 몇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비가 집중되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겼을 때, 시간당 강수량은 141.5mm였다. 기상청이 제시한 ‘100년 만의 강우’라는 표현은 더 이상 희귀한 사건이 아니다. 기후의 경고는 반복되고 있고, 그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일상이 달라졌다,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마을, 산업, 가정, 건강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여름철 폭염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생명과 직결된다. 2023년 기준, 온열질환자는 전국적으로 2,000명 이상 발생했고, 이 중 다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과 질병관리청은 폭염 대응을 위한 보건 시스템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충분하지 않다.


농업 분야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감귤 북상’이다. 한때 제주도에서만 가능했던 감귤 재배는 현재 전남 해남과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도 가능해졌다. 이는 기후대의 북상이 실제로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반면, 여름철 잦은 가뭄이나 강우 불균형으로 벼, 고추, 배추 같은 주요 작물은 불안정한 수확량을 기록하고 있다. 농민들은 해마다 기후에 맞춰 작부 계획을 새로 짜야 하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식탁 물가로 이어진다.


산림과 생태계도 변화 중이다. 예전에는 강원도 일대에서만 자생하던 특정 식물이나 곤충이 경기 남부와 충청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반면 고온에 취약한 고산 식물은 서식지를 잃고 있으며, 산불은 규모와 빈도 모두 커지고 있다. 2022년 경북·강원 산불은 무려 200㎢ 이상을 태우며 역대 최대 피해를 남겼다. 이상 고온과 건조한 기후, 강풍이라는 삼박자가 겹친 결과였다.



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은 준비되어 있는가?


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나섰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했고, 재생에너지 확대, 내연기관차 감축, 산업 공정 개선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행력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공존한다.


에너지 전환 속도는 여전히 더디며,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풍력발전소 설치를 둘러싼 지역 갈등, 태양광 부지 확보 문제, 관련 인프라 투자 부족 등은 구조적인 장벽이다. 도시 설계 역시 기후위기에 맞게 재편되지 못하고 있다. 저지대 도시의 침수 위험, 주거 취약지의 폭염 대응력 부족, 공공시설의 에너지 낭비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다.


국민 인식 수준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23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2%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27.6%에 그쳤다. 인식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단순한 경고를 넘어서,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기후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지구의 기후는 이미 일정 부분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는 멀리 있는 미래의 재난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생존 조건이며, 다음 세대의 삶의 환경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구조 전환이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 에너지 전환, 도시 인프라 개선은 정부의 정책과 예산, 그리고 법제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둘째, 지역 차원의 적응 전략이다. 각 지방정부는 기후변화에 맞는 방재, 농업, 주거, 보건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시민과의 협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셋째, 개인 차원의 실천이다. 에너지 절약, 재활용, 소비 절제,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등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며, 쓰리노를 지지하고 감시하는 시민의 역할도 포함된다.



결론: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더 빠르게, 더 깊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기후위기의 경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바로 지금이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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